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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발전 이데올로기와 지도자] 사무처장 김명현 신부
작성일 : 2007/06/05 작성자 : 비서홍보팀 조회수 : 4533

 

[2007. 6. 4자 매일신문 3040광장] 

 

발전 이데올로기와 지도자 
   

  유럽의 역사적 도시들을 여행하노라면 도시의 길들이 사통팔달로 쭉쭉 뻗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로마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서양속담과는 달리 길들이 자동차가 교차하기에도 비좁다는 사실에 놀란다.

  수백 년 전, 아니 천여 년 전에 건설된 역사적인 도시들은 건설 당시 마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의 넓이를 가진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오늘날 자동차가 지나다니기엔 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좁은 길을 넓히기 위해 수백 년이 된 건물을 허물고 길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일방통행을 통해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고 있다.

 

  즉 하드웨어를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바꿈으로써 도시의 역사성을 유지하면서 삶의 편리성도 추구하고 있다. 우리의 도시들은 어떤가? 일제 강점기 이후 근대화란 미명 아래 우리의 도시들은 역사적 흔적이 너무나 많이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길이 좁으면 주변 건물을 헐고 넓은 신작로를 건설하는 것이 현대화요, 잘사는 길이라고 인식했다.

 

  그래서 그 전보다 훨씬 넓고 똑바른 길을 만들어 놓고 시장·구청장·국회의원·지역유지 등이 모여 거창한 개통식을 하면서 새 역사를 이룩했다고 생각했다. 이때 마이크를 잡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이 길을 닦느라 얼마나 많은 일을 훌륭히 해냈는지를 큰 목소리로 떠들었다. 그 덕분에 우리의 역사는 땅 속에 묻히고 과거와 현재는 단절되고 말았다.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우리 국민은 무엇이든 뜯어고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국민은 굽은 길은 산을 파헤치고라도 곧은 길로 만들어야 하고, 전자제품이 고장 나면 고치기보다 처분하고 새 것으로 바꾸어야 직성이 풀린다.

 

  제도도 마찬가지다. 장관이나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과거의 교육정책을 바꾸었고, 이런저런 제도를 바꾸는 것을 훌륭한 업적으로 생각하고 더 많은 제도와 정책을 바꾸어왔다. 지자체의 장들과 공기업과 각급 학교의 장들도 이전의 제도와 질서는 잘못된 것이라 치부하고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려고 발버둥쳤다.

 

  이것은 어떡하든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온 행동이 아닐까? 그런데 발전 이데올로기에 도취된 지도자들의 이러한 행동이 국민들에게 안정과 발전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불안과 고통을 안겨주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직 우리 사회가 완전한 선진국이 되지 못해서 그런지 발전 이데올로기에 물든 지도자들이 너무나 많다. 노무현 대통령도 우리나라의 지도자이다 보니 이런 풍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보안법 철폐, 사학법 개정 등 수많은 것을 바꾸는 것을 업적으로 생각하고 밀어붙였다.

 

  마침내 헌법마저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마음에 들면 국민들이 흥얼거리거나 장단을 맞출 것이다. 그런데 그 노래에는 아무도 장단을 맞추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목청만 높이다가 제풀에 기가 꺾였다. 요즈음 대통령은 자기 마음에 드는 대통령 후보를 내기 위해, 언론제도를 바꾸기 위해 또 다른 노래를 부르고 있다. 누가 장단을 맞출까?

 

  미국이 헌법을 자주 뜯어고쳐서 부강한 나라가 된 것이 아니며, 선거 때마다 정당을 새롭게 만들어서 세계 최강의 나라가 된 것은 결코 아니다. 고대 로마가 1천여 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제도를 끊임없이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제도를 만들 때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로마의 부강은 이미 닦아놓은 길을 부수고 새 길을 내었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의 길을 잘 관리해 제구실을 잘할 수 있도록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길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로마는 세금제도를 비롯한 갖가지 제도를 크게 바꾸지 않았지만 점차적으로 보완해가며 안정된 기반 위에 번영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지도자들이 발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발전 이데올로기에 취한 지도자가 아니라,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부드럽게 바꾸는 현명한 지도자들이 많아져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현(신부·대구가톨릭대 사무처장)

 

 

[보도기사 바로보기]

 

☞ 매일신문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23882&yy=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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